사회를 듣는 귀

애착 상태 걱정인 따뜻한 아빠 이휘재, 하지만 현실의 아빠들은?

너의길을가라 2014. 3. 3.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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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빠의 육아'를 다룬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육아에 있어서 '아빠'의 역할, 그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된다. 여전히 추성훈-추사랑 부녀의 앙상블이 가장 주목받고 있지만, 최근에는 이휘재의 쌍둥이 육아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이휘재는 스케줄로 잡혀 있는 방송 녹화를 제외하면 사실상 쌍둥이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고 한다. 친구를 만나거나 운동을 하는 등의 사회생활은 전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아빠 산후 우울증을 걱정해야 할 처지라고 하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될 것이다. 



-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방송화면 캡처 - 


어제(2일) 방송에서는 이휘재가 서언이와 서준이의 영유아 발달 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은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휘재가 특히 걱정하고 있는 것은 서언이와 서준이의 '아빠와의 애착 문제'였다. 아빠가 눈에서 사라지면 심할 정도로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이 정상적인 상태인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두 아이 모두 (약간의 문제를 제외하면) '안정 애착'이라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 아이에 대한 아휘재의 따뜻한 사랑과 정성을 보면서 문득 현실의 아빠들의 처지는 어떤지 생각해보게 됐다.


과거부터 육아(育兒)는 전적으로 엄마의 역할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한 분위기가 최근에 와서 조금 변화하기 시작하고 있다. 육아가 단지 엄마의 영역이 아니라 '부모'가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실'은 그다지 녹록치 않다. '인식'을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휘재의 경우, 아빠의 역할을 굉장히 훌륭하게 해내고 있지만 (정말이지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것은 그가 방송인이라는 특수한 직업에 속해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일반적이라는 표현이 조금 애매할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직장인 아빠들은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 퇴근한다. 일상적으로(?) 야근까지 하게 되면, 초롱초롱한 눈빛의 아이를 만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곤히 잠들어 있는 아이의 모습만 가만히 바라보다 돌아서는 것이 고작이다. 아빠와의 애착 관계를 걱정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아빠의 얼굴을 까먹지나 않으면 다행일까? 이처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아빠들에게 육아는 일종의 고문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물론 가끔 시간이 난다거나 주말처럼 비는 시간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평소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아빠들에게 육아는 심지어 일종의 고문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 JTBC에서 발췌 - 


"'아빠의 달' 도입, 들어보셨습니까. 이 얘기를 하니까 남성들도 기뻐했습니다. 우리도 아기 돌보는 즐거움을 좀 갖자…


이미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아빠의 달'을 공약한 바 있다. 그 내용은 배우자 출산 90일 이내 남편 모든 남성 노동자(근로자)에게 육아 휴가를 한 달씩 주고, 그 월급도 정부가 전액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공약은 그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기초연금 공약과 마찬가지의 길을 걸은 셈인데, 박하남 고용노동자 장관은 "공약의 원안대로 할 경우, 상당히 많은 돈이 소요될 수 있다"면서 공약을 수정을 합리화했다. 


이후 '아빠의 달' 공약은 대폭 수정됐다. 그 대상이 '부모 모두 육아휴직 사용시 두 번째 육아휴직 사용자'로 제한됐다. 다시 말해서 대상이 맞벌이 부부로 한정된 셈이다. 그것도 번갈이 육아휴직을 써야 두 번째 육아휴직자가 혜택을 받는 것이다. 기존의 공약에 비해 참 많이 복잡해졌다.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주겠다', '모든 남성 노동자에게 육아 휴가과 한 달 월급을 주겠다'는 공약은 얼마나 간단명료한가? 누구나 한 번 들으면 어떤 내용인지 명확히 알 수 있는 공약들이 대선 이후에는 무슨 이야기인지 몇 번씩 읽고 확인하고,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받을 수 있는 한도를 얍쌉하게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올려 놓았다. 일종의 눈속임이라고나 할까? 



-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육아휴직제가 부모육아휴직제로 바뀐 것, 대선 공약이었던 '아빠의 달'이 훼손됐지만 어찌됐든 아빠에게 육아 휴직을 활용할 기회를 줬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현실성'이라는 문제가 남는다. 과연 아빠들이 이 제도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까? 지난해의 통계를 살펴보면, 육아휴직자 총 6만 7,323명 중 남성은 고작 2,293명에 불과했다. 비율로 따지면 3.3%에 지나지 않는다. 


여전히 육아가 여성의 역할이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훨씬 더 결정적인 원인은 그랬다간 직장에서 눈치가 보여서 견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살벌하리만큼 치열한 경쟁 사회가 아니던가? 섣불리(?) 육아휴직을 냈다가 동료로부터 미움을 받고, 직장 상사로부터 아니꼬운 소리를 드는 것은 승진뿐만 아니라 직장 생활 자체에 큰 타격이다. 그런 따가운 시선을 꿋꿋하게 이겨내고 육아휴직을 신청할 남성(사실 여성도 마찬가지다)은 통계적으로 볼 때 3.3%인 셈이다. 



-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정부에서는 공약을 내걸었으니 일단 대충 추스려서 정책을 발표하면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정책들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는 것 같다. 이른바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고 할까? 가령, 최저임금법이 있으면 무엇하겠는가? 지금 현재에도 다수의 계약직과 알바생, 시간제 근로자는 최저임금의 미만의 보수를 받으며 일하고 있지 않은가? 정부와 국회에서 쏟아낸 법은 무수히 많다. 다만, 너무 지나칠 정도로 많아서 어떤 제도들이 있는지 알 수가 없고, 이를 누리는 것 자체가 '호사를 누리는 것'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 문제인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간단히 말해서)맞벌이 아빠의 육아휴가제'는 어떨까? 이제 아빠들도 '아기 돌보는 즐거움'을 갖게 되는 걸까? 아이와의 애착 관계를 걱정해야 할 만큼 아이와 많은 시간(어차피 1달로는 어림 없겠지만)을 함께 보낼 수 있는 '간 큰 아빠'의 등장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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