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는 김구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한다. 민족주의 사학자들은 뉴라이트의 주장에 거세게 반발하며, 망언이라고 되받아친다.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도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짐작한다.


글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준비운동부터 시작해보자. 그래야 큰 부상을 방지할 수 있으니까. 우선, '테러리즘'과 '테러리스트'에 대한 사전적 정의부터 살펴보자.


'테러리즘(terrorism)'의 사전적 의미는 '정치적인 목적을 위하여 조직적ㆍ집단적으로 행하는 폭력 행위. 또는 그것을 이용하여 정치적인 목적을 이루려는 사상이나 주의(네이버 국어사전)'이다. 자연스럽게도 '테러리스트'는 '정치적인 목적을 위하여 계획적으로 폭력을 쓰는 사람' 쯤으로 정의된다. 


이처럼 '테러리즘'이라는 말은 가치중립적인 용어이다. 물론 테러리즘의 정의 속에 '폭력 행위'라는 말이 눈에 띄는 건 사실이다. '폭력'이라는 단어에서 일종의 공포심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이재명은 『오늘의 세계 분쟁』에서 '테러'의 역사적 뿌리를 간략히 살펴보고 있다. 그는 테러가 처음부터 부정적인 뜻을 지닌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긍정적인 뜻이 강했다고 말한다. 18세기 말 프랑스의 '테러의 체제'가 프랑스 혁명 뒤 과도기의 무정부적 사회 혼란을 수습하고 질서를 잡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로베스피에르는 "테러는 정의이자 덕이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 윤봉길 의사가 한인애국단에 입단할 때 쓴 선언문과 함께 찍은 사진 -



간단히 질문해보자. '테러리즘'은 나쁜 것인가? '테러리스트'는 나쁜 사람인가?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반대로 이런 질문을 해보는 건 어떨까? 뉴라이트가 김구를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했을 때, 그 규정에 대한 당신의 반응은 무엇인가? 만약 저 민족주의 사학자들처럼 불쾌하고, 모욕적이고, 심지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면 당신은 '테러리즘'을 '나쁜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논의를 좀더 확장해보자. 정말 '테러리즘'은 나쁜 것이고, '테러리스트'들은 나쁜 사람들일까? 흔히 테러는 '약자의 무기'라고 일컬어진다. '무장력에서 압도적인 국가 조직(정규군과 경찰)에 맞서려면 테러는 불가피한 폭력'일 수 있다. 저항을 위한 최후의 수단 말이다. 약소국의 처지에서 생각해보자. 과연 '테러'를 비난할 수 있을까? '테러'는 비난받아야 하는 행위일까? 장 폴 사르트르는 프란츠 파농의 『대지의 저주 받은 자들』 서문에서 "외세의 지배를 벗어나기 위해 식민지인들이 휘두르는 폭력은 정당하다"고 쓰지 않았던가! 약소국의 독립투사들은 자신들이 '테러리스트'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을까? 


한윤형은 『뉴라이트 사용후기』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조선의 혁명가 김산의 생애를 다룬 님 웨일즈의 『아리랑』을 보면 김산은 자신의 입으로 김구, 윤봉길, 이봉창 등 의열단 인사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밝히고 있다. 조선인은 극동 전역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테러리스트로 알려져 있었기에, 중국인은 일본인에 대한 테러를 하고 싶으면 대개 조신인 중에서 자원자를 물색한다고도 했'다는 것이다. 신채호는 「조선혁명선언」에서 '폭력은 우리 혁명의 유일 무기이다. 우리는 민중 속에 가서 민중과 손을 잡고 끊임없는 폭력 - 암살 · 파괴 · 폭동 - 으로써, 강도 일본의 통치를 타도하고…' 라고 외치고 있다. 한윤형은 다음과 같이 반문한다. '독립운동가의 관점에서 볼 때 테러리스트가 자랑스러운 자기규정이었다면, 그 후손인 우리는 왜 그 독립운동가가 테러리스트라고 불리는 것을 단연코 반대해야 하는 걸까?




- 1920년대의 의열단원들 - 



여기서 민족사학자들이 뉴라이트의 '김구는 테러리스트'라는 규정에 대해 어떻게 반박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이만열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는 '의열투쟁과 테러의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테러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는 무고한 양민의 희생도 개의치 않는다는 점에서 반인도주의적이라면, 의열투쟁은 인류의 자유와 정의를 파괴하는 제국주의를 표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인도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장은 상당히 자의적이다. 중동이나 아프리카의 그 어떤 '테러리스트'에게 가서 물어봐도 그들은 자신들이 인류의 자유와 정의를 파괴하는 제국주의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이것은 결국 의열투쟁과 테러를 구분짓는 것이 그 내용보다는 그것을 판단하는 주체에 달려 있음을 의미한다. 


원로 학자 신용하는 '일본은 윤봉길의 투탄을 만주에서 조선 독립을 위한 편의대원의 공격과 동일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며, 시라가와가 임시정부의 특공전투로 전사한 것으로 처리했다.'면서 '이것을 우리가 어떻게 스스로 '테러'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되묻는다. 전투 중에 적군을 사살한 것이므로 테러라고 할 수 없다는 말이다. 한윤형은 이러한 신용하의 주장을 '분열적인 의식을 명료히 드러내준'다고 풀이하면서, '여기서 우리는 독립운동가들의 무장투쟁을 '전투'로 볼 것인지 '테러'로 볼 것인지를 가늠하는 가장 큰 잣대가 제국주의자들의 시선임을 발견한'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그리고 '우리가 우리 행위의 정당성의 근거를 일본인의 평가에서 얻어야 하느냐'고 따져 묻는다. 


여기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가 보다 분명해진다. 한윤형의 말처럼 '설령 그것이 테러라고 한들 무엇인 문제란 말인가?'라고 반문하는 것이다. 앞서 이만열의 주장의 주요한 포인트인 '무고한 양민의 희생'은 애초에 테러리즘의 정의에 해당하지 않는다. (불특정 다수의 민간인을 노리는 현대의 테러리즘을 설명하기 위해 '슈퍼 테러리즘'이라는 말이 새롭게 만들어졌다는 것에 주목하자.) 그러한 정의를 논외로 하더라도, 의열단의 '7가살'의 첫번째 '일본인'이었다는 점은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 맨 앞줄 좌로부터 (박찬익, 조완구, 김구, 이시영, 차이석 두번째 줄 맨 왼쪽 성주식, 오른쪽 김붕준 맨 뒷줄 왼쪽부터 조성환, 조소앙, 이청천, 이범석, 이름 미상 - 



정리를 해보자. 앞서 필자는 '테러리즘'과 '테러리스트'라는 용어가 가치중립적인 것임에도, 우리는 그것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우리가 미국을 비롯한 서구 제국주의적 시각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그래서 테러를 '나쁜 것'이라고 규정하는 서구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수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폭력은 나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미국 등의 국가 폭력에 대해서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하지만 그렇게 주장하려면, 우리는 우리의 독립운동가들의 폭력에도 같은 잣대를 내밀어야만 한다. 참 곤혹스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이만열처럼 '인도적이냐 비인도적이냐'로 그것을 구분한다고 해도 역시 늪에 빠지게 된다. 


'김구는 테러리스트이다'는 뉴라이트의 규정은 명쾌하고 간단하다. 우리는 그 규정에 대해 '테러리스트'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한번 발끈하고, 뉴라이트의 검은 속내 때문에 또 다시 발끈한다. 그래서 무조건 '반대'입장을 취하고 보지만, 애석하게도 논리적인 모순에 빠지고 만다. 차라리 "그게 뭐 어때서?"라고 반문하는 것이 김구를 비롯한 우리의 독립운동가들을 옹호하는 방법은 아닐까? 


김구를 비롯한 우리의 독립운동가들은 저 악랄한 일제의 식민주의에 맞서 싸웠다. 취할 수 있는 수단은 뭐든지 썼다. 최후의 수단이었던 폭력과 테러조차 서슴지 않았다. 김산의 증언처럼 오히려 그들은 '테러리스트'라는 규정을 자랑스럽게 받아들였다. 우리가 '폭력'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 반대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나라를 빼앗긴 사람들의 입장에서, 저 악질적이고 폭압적인 상대를 대상으로 무력을 사용했던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평가는 달리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김구와 임시정부를 깎아내리려고 안달이 난 뉴라이트의 속내(뉴라이트 역시 제국주의적 시각을 차용하고 있지 않은가? 그들은 스스로 그것을 인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가 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우리의 독립운동가들을 '테러리스트'라라고 부르는 것이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오히려 일제와 목숨을 걸고 싸운 민족의 자랑스러운 테러리스트가 아닌가? 


뉴라이트의 김구와 임시정부 깎아내리기에 대응하는 것과 '김구는 테러리스트'라는 저들의 주장에 다른 논리적 근거로서 수긍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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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